카테고리 없음

그리고 바통은 넘겨졌다 후기

think3075 2024. 7. 21. 22:26
 
그리고 바통은 넘겨졌다
꿈을 찾아 브라질로 떠난 친아빠, 대책 없이 자유로운 새엄마 ‘리카’(이시하라 사토미) 덕분에 요리 빼곤 모든 게 서툰 세 번째 아빠 ‘모리미야’(다나카 케이)에게 자란 ‘유코’(나가노 메이).  어느덧 성인이 된 ‘유코’는 유일하게 자신을 위로했던 피아노 소리에 이끌려 운명처럼 고교 동창 ‘하야세’와 재회해 사랑에 빠진다. 아름다운 연인이 된 두 사람은 부모님의 허락을 구하기 위해 ‘유코’의 두 명의 엄마 그리고 세 명의 아빠를 만나러 나서게 되는데…  “유코, 사실은 말야…”  아주 특별한 가족을 탄생시킨 가장 애틋하고 사랑스러운 비밀이 밝혀진다!
평점
5.8 (2024.07.17 개봉)
감독
마에다 테츠
출연
나가노 메이, 이시하라 사토미, 다나카 케이, 미즈카미 코시, 이나가키 쿠루미, 아사히나 아야, 안도 유코, 토다 나호, 키노 하나, 오오모리 나오, 이치무라 마사치카

 

< 간략한 후기 >

 

별점 :  ★ ☆  

관람횟수 : 1회

쿠키영상 : X  (영화가 끝난 직후 유코가 함께한 아버지들, 남친이 사진으로 나옴)

줄거리 한 줄 요약 : 엄마 둘, 아빠 셋,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유코가 자아를 찾고 행복해지는 과정  

영화맛평 : 강박적인 감동레시피로 만들어진 맛이 너무 과해서 처음 느꼈던 감동까지 퇴색시켰다

추천여부 : 일본영화에 거부감이 없는 분, 가볍게 보고 싶은 분, 오픈마인드를 가지신 분, 

 

 

 

<스포ㅇ리뷰>

더보기
  • 매력적인 배우들과 감동적인 이야기 

일본 배우들을 많이 알지 못해서 아는 건 이시하라 사토미 정도였지만, 이번 기회로 좋은 일본 배우들을 많이 알게 된 것 같다. 하야세(미즈카미 코시)는 좀 어색하다는 느낌이 있었지만 나쁘지 않았고, 자유분방한 딸바보 리카(이시하라 사토미), 파란만장한 가족사를 안고 자아를 찾는 중인 유코(나가노 메이), 그런 유코를 물심양면으로 보살피고, 응원해주는 모리야마(다나카 케이)  등등 배우들이 캐릭터를 잘 소화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리카와 유코는 실제 모녀관계라고 해도 큰 의심이 안들 정도로 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어서 몰입하기 좋았다. 

 유코의 가족사를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보여주기 때문에 집중이 안되거나 복잡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파란만장한 이 가족사를 보여주면서 유코의 이야기까지 곁들이기 위해선 별다른 방법이 없었을 것이고, 개인적으로 그렇게 복잡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3명의 남편을 거쳐가며 엄마로서는 미흡해도 유코에 대한 사랑만큼은 절절했던 리카, 그런 리카가 홀연히 사라진 뒤에도 친아빠와 다름없는 사랑으로 유코의 버팀목이 돼 주는 모리야마는 가족애와 감동을 느끼게 해주었고,  다른 한 축을 담당하는 유코의 성장담은 희망을 북돋아주는 느낌이라 좋았다. 

 웃으면 행복이 굴러들어온다는 리카의 말을 아주 잘 지키며 살고 있는 유코는, 사실 희망적이라거나 긍정적이라고 하기보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순응하는 편에 가까운데, 유년기의 경험을 통해 현실에 순응하는 방법을 배운 거라고 생각하면 마음 한켠이 아리다.  하지만 이런 유코의 삶의 방식은 리카의 말과 어우러져 어떤 좋지 않은 일이 생겨도 받아들이고, 웃고, 나아가게 한다.  마치 결승선까지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며 묵묵히 뛰는 마라토너의 모습같은 느낌이라 어떤 면에서 보면 '쇼생크탈출' 의 앤디가 살짝 보이기도 했다.  짙은 구름 사이로 비추는 이 희미한 한 줄기 빛과 같은 느낌은 앞서 말한 가족애와는 다른 감동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후반부에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세 명의 아버지들에게 결혼허락을 받기 위한 릴레이가 시작되면서 가족애에 살을 좀더 붙이고,  또 그 과정에서의 이야기로 성장담을 마무리할 줄 알았던 이야기에 리카의 진실이 끼어든 것이다.   가정에 소홀했던 리카의 이야기도 마무리가 필요했으니, 다시 언급될 것은 예상했고, 유코의 친부 미토와 유코가 서로 연락이 닿지 않았던 이유가 리카를 통해 밝혀지는 것을 시작으로 적당하게 마무리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적당하지 않았다. 무게감이 너무 과했다. 

중후반부까지 가족애와 자아를 확립해 행복을 쫓는 이야기에서 새어나오는 감정들이 좋았는데, 새 국면에 들어서면서 나의 몰입감이 깨졌다.

 

 

  • 강박적이고 억지스러운 감동에 대한 불쾌감

"리카는 시한부였다."

 죽음이 면죄부로 여겨지는 것이 드문 일은 아니지만, 이렇게 감동적인 반전만을 위해 갑툭튀하는 건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   유코에게, 남편들에게 소홀했던 모든 행적들이 이미 죽었다는 사실과, 시한부였다는 사실로 동정과 이해받기 시작한다는 것이  나에게 감동보다 불쾌함으로 다가오는 것은 왜일까.

 리카의 진실 이전에도 비슷한 장면이 있긴 했다.  유코가 브라질로 떠난 후 보지 못했던 미토를 찾아갔을 때, 리카가 유코를 잃을까봐 두려워 유코가 편지를 보내는 것도, 미토의 편지를 받는 것도 막아왔다는 사실을 미토와 이야기하는데, 미토는 불임이었던 리카가 자신과 결혼했던 사실을 말하며 유코를 잃기 싫어서 그랬을 것이라고 이해하고 쉽게 용서한다.  이 때, 유코와 함께 온 하야세가 쉽게 넘어가는 것에 의아할 관객들을 대변하듯 리카에 대한 질책성 의문을 제기하지만, 유코는 됐다며 뭉게버리고 넘어간다.   

  쉽게 용서할 수 없는 일을 쉽게 넘어감에도 불구하고, 이 장면들은 충분한 이야기가 깔려 있기 때문에 이해할 수 있었다.  우선 미토는 자신의 꿈을 위해 무리하게 브라질로 떠난 책임이 있어서 리카에 대한 원망도 상쇄될 수 있다는 점, 유코의 경우는 삶의 방식 자체가 주어진 현실에 순응하는 방식이라는 점이 깔려 있어 쉽게 납득할 수 있었다.  아마 유코는 용서할 수 없는 일이지만, 여전히 리카를 사랑하고 그리워하기 때문에 리카가 돌아온다면 진심으로 반가워할 것이다.

 그에 반해 리카의 진실이 불쾌한 이유를 살펴보면,  유코에 대한 사랑은 정말 잘 느낄 수 있었지만, 무책임하고 자유분방한 모습을 너무 일방적으로 보여줘서 오히려 어떤 반전과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게 만들 정도였다.   하지만 아무리 예상을 했다고 해도 이 모든 행적들에 대한 면죄부가 되려면 좀더 서사를 풍부하게 혹은 섬세하게 덧붙였어야 했다.  그저 막장인 모습만 보여준 뒤,  한 순간에 시한부라는 반전용 면죄부로 감동을 우겨넣으려고 시도하는 것부터 불쾌해지기 시작했다.

  모리야마는 이 불쾌감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첫 번째 남편인 미토는 앞서말했듯 일정부분 책임이 있는데다가 이미 새로운 가정까지 꾸린 상태고, 두 번째 남편인 미즈가하라는 마음도 재산도 풍족한 사람이라 이 모든 사실을 알고 리카와 유코를 지원해준 사람이다.  하지만 세 번째 남편인 모리야마는 결혼식 당일이 되어서야 리카에게 딸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결혼 후 떠나버린 리카의 몫까지 홀로 유코를 키워야 했다.  이 상황에 어떤 책임도 없이 그저 책임만 떠안아버렸고, 그를 도와줄 메이드를 둘 만큼 풍족한 것도 아닌데, 리카가 떠난 이유도 전혀 모른다.  어쩌면 평범한 결혼생활을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를 모리야마의 인생은 리카의 탁란으로 송두리째 바뀌어버렸다.  

  그래서 진실이 밝혀진 후, 리카의 딸사랑이 부각되는 것이 불쾌했다.   리카는 그녀의 귓가에서 유코를 바라보며 리카와 함께 유코까지 있으니 행복도 2배라고 말하던 모리야마의 말을 기억할까.   

  적어도 리카에게 일말의 양심과 책임감, 모리야마에 대한 사랑과 동정이 있었다면, 이 유약하고 따스한 남자에게 진실을 감추고 탁란하는 것보다 시한부라는 사실과 자신이 이렇게 하는 이유를 모리야마에게 말해줬어야 했다.  그에게 선택권을 줬어야 했지만, 그녀는 그러지 않았다.

  이렇게 이기적인 리카에게 면죄부를 주고, 그녀의 딸사랑이 부각시켜서 불쾌하다는 것에 더해, 리카의 진실이 밝혀진 후에도 모리야마의 심정을 좀더 풍부하게 묘사하지 않은 것은 불쾌감을 가중시킨다.  진실을 다 들은 후의 모리야마는 덤덤했다. 어쩌면 작중 드러나지 않은 시간 속에서 이젠 정말 돌아오지 않을 리카에 대한 그의 슬픔과 분노가 드러났을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난 보지 못했다. 그저 리카의 진실을 받아들이고, 유코의 슬픔을 받아주는 모리야마의 모습만 볼 수 있었다.  

  슬픔도 노여움도 없이 살아가는 자는 조국을 사랑하고 있지 않다는 말이 있다.  이 말에 비추어보면, 모리야마는 리카와 왜 결혼을 한 건지. 리카를 사랑하긴 한 건지부터 되짚어봐야 할 것 같다.  아예 잘못 설계된 캐릭터이거나 삶의 목표를 잃고 망가진 캐릭터로서 충실했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굳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을 하고 싶지 않지만, 착하기만 한 세 남편들, 특히나 세 번째 남편 모리야마의 맹목적 헌신이 주는 위화감은 몰입을 방해할 정도였다.  물론 모리야마에게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   아무 목표없이 살던 자신에게 꿈이 있다면 다 큰 딸과 술 한잔하는 것이라는 소박하고 따뜻한 꿈이 그 이유라고 알려주었고, 무엇보다 본인이 좋다는데 이걸 잘못됐다거나 비현실적이라고 뭐라 하기는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이건 영화고, 이야기의 구성이 불쾌해서 몰입이 안 되었다고 말할 수 있지 않겠나. 관객을 이해시키기 위해 미토와 유코처럼 서사를 풍부하게 주는 것 대신, 시한부라는 면죄부와 이해하기 힘든 모리야마의  헌신으로 손쉽게 감동을 우겨넣으려는 것에 대해 비판은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정리하자면, 리카의 이야기는 마무리가 필요했지만, 그저 투박스런 서사, 감동만을 위한 반전, 반전만을 위한 반전이었고,  그 무게감이 너무 과했다.  그에 비해 서사가 빈약했던 모리야마의 헌신은 이해하기 힘들었고, 오직 바통을 넘기기 위한 전달자, 유코의 행복만을 위한 중간매개체, 소모품으로 느껴지게 헤 감동보단 불쾌감이 느껴졌고, 행복과 감동을 주는 영화 자체를 퇴색시킨 것 같아 아쉽다.

  리카는 무게감이 약한 채로 남는 게 더 좋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딸을 사랑한 건 진심이었지만, 그보다 더 자유분방하고 무책임했던 엄마로서, 혹은 미토처럼 새 가정을 꾸리고 유코의 결혼식에선 멀찍이서 지켜보는 것으로 마무리한다던가, 결국 시한부 설정으로 죽인다면, 그녀의 죽음이 다른 캐릭터에게 끼치는 영향을 묘사하는 것으로 쓰인다거나 그녀의 딸사랑을 부각시킨 만큼 다른 캐릭터의 서사를 풍부하게 것이 더 자연스러웠을 거라고 생각한다.